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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손원평 장편소설 '아몬드' 책 독서 후기, 제 10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 나의 인생책... ★

낭희제 2021. 11. 10.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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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_책

* 책 제목 : 아몬드

* 저자 : 손원평 작가님

* 출판사 : 창비

* 출간 : 2017.03.31

* 책소개 (출처 : 네이버 책 소개)

- 괴물인 내가 또 다른 괴물을 만났다!

영화와도 같은 강렬한 사건과 매혹적인 문체로 시선을 사로잡는 한국형 영 어덜트 소설 『아몬드』. 타인의 감정에 무감각해진 공감 불능인 이 시대에 큰 울림을 주는 이 작품은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한 소년의 특별한 성장을 그리고 있다. 감정을 느끼는 데 어려움을 겪는 열여섯 살 소년 선윤재와 어두운 상처를 간직한 곤이, 그와 반대로 맑은 감성을 지닌 도라와 윤재를 돕고 싶어 하는 심 박사 사이에서 펼쳐지는 이야기가 우리로 하여금 타인의 감정을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럼에도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기회를 전한다.

감정 표현 불능증을 앓고 있는 열여섯 살 소년 선윤재. ‘아몬드’라 불리는 편도체가 작아 분노도 공포도 잘 느끼지 못하는 그는 타고난 침착성, 엄마와 할머니의 지극한 사랑 덕에 별 탈 없이 지냈지만 크리스마스이브이던 열여섯 번째 생일날 벌어진 비극적인 사고로 가족을 잃는다. 그렇게 세상에 홀로 남겨진 윤재 앞에 ‘곤이’가 나타난다. 놀이동산에서 엄마의 손을 잠깐 놓은 사이 사라진 후 13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게 된 곤이는 분노로 가득 찬 아이다. 곤이는 윤재를 괴롭히고 윤재에게 화를 쏟아 내지만, 감정의 동요가 없는 윤재 앞에서 오히려 쩔쩔매고 만다. 그 후 두 소년은 남들이 이해할 수 없는 특별한 우정을 쌓아가고, 윤재는 조금씩 내면의 변화를 겪는데…….

 

* 독서일 : 2018.01.26 (공항에서~)

 

- 이 책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내 마음에서 '인생책'이라 내 블로그에 독후감(?)을 남기려고 가져왔다.

 

 윤재는 편도체의 크기가 선천적으로 작아서 감정 표현 불능증이라는 정서적 장애를 앓고 있다. 편도체는 아몬드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그래서 책 제목이 '아몬드'였다.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는 1. 아몬드 초콜릿을 좋아해서. (매우 단순..) 2. 책 표지가 초콜릿 색이라서. ㅎㅎ.. 맛있는 초콜릿이 생각나서 책의 내용도 굉장히 궁금했다. 단지 겉모습에 이끌려 본 책이었는데 내용도 얼마나 아몬드 초콜릿처럼 맛있고 알찼는지 모르겠다. 인상 깊은 부분이 정말 많았다. 그 중 하나는 윤재가 윤재의 어머니와 친하게 지내시던 빵집 하시는 분(심 박사)과 대화를 나눈 부분이었다.

 

『- 이왕이면 즐겁고 예쁜 걸로 연습하려무나. 넌 백지나 다름없어. 그러니까 나쁜 것 말고 좋은 걸 많이 채워 넣는 편이 좋아.
- 해 볼게요. 어떻게 해야 되는지 잘 모르겠지만 가만있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까.
- 몰랐던 감정들을 이해하게 되는 게 꼭 좋기만 한 일은 아니란다. 감정이란 참 얄궂은 거거든. 세상이 네가 알던 것과 완전히 달라 보일 거다. 너를 둘러싼 아주 작은 것들까지도 모두 날카로운 무기로 느껴질 수도 있고, 별거 아닌 표정이나 말이 가시처럼 아프게 다가오기도 하지. 길가의 돌멩이를 보렴.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대신 상처받을 일도 없잖니. 사람들이 자신을 차고 있다는 것도 모르니까. 하지만 자신이 하루에도 수십 번 차이고 밟히고 굴러다니고 깨진다는 걸 '알게 되면', 돌멩이의 '기분'은 어떨까. 이 예조차 아직은 네게 와닿지 않을지도 모르겠구나. 그러니까, 내가 말하려는 건……. 』

 


 세상을 살면서 상처는 수도 없이 받는다. 상처 중에 거의 대부분은 '사람'에 의해 상처받는 경우다. 92%정도. 그래서 결심했다. '사람'한테 마음을 주지 말자. 그런데 마음을 안 줬는데도 상처를 받는다. 그렇다면 차라리 아무것도 안 느꼈으면 좋겠다, 싶을 때가 정말 많았다. 가능하다면 상처 받았던 기억도 모두 지워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드라마 속 흔한 요소였던 '기억상실증'이 얼마나 부럽던지. '아몬드' 속 윤재의 이야기를 읽을 때 뭐랄까... 놀이기구를 탄 느낌이었다. '롤러코스터'가 정말 적절했다. 점점 올라가다가 빠르게 내려갔다 올라갔다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막 비벼!!!는 납득이.


 초반에 윤재가 조금은 부러웠다. 아무것도 못 느끼다니? 지인짜 부럽다. 그럼 정말 힘들었던 날도 없을 거고 이유 없이 우는 일도 없을 거니까.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니까 기쁨도 못 느끼지만 화남, 슬픔, 실망 이런 것들도 못 느끼니까. 보통의 나는 기쁨을 느끼는 건 정말 순간이고 그 외엔 대부분이 아무 생각도 없고 힘든 날의 연속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짧은 기쁨도 그냥 함께 포기하고 아무것도 못 느꼈으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가족의 죽음 앞에서도 그저 평소와 같은 윤재의 모습이 보여지면서부터, 내가 부러웠던 윤재마저도 무언갈 느끼고 싶어하고 오히려 보통 사람을 부러워하는 것을 보면서 윤재를 향한 부러운 마음이 조금씩 가라앉았다. 타인에 대한 배려, 일상생활의 작은 행복, 누군가 나를 생각해줄 때 느껴지는 환희,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 주변을 볼 수 있는 여유, 무언가를 느끼는 마음…. 돌이켜보면 슬프고 화난 것으로만 가득한 것이 아니라 조금이나마 이런 좋은 감정들도 나에게 있었다는 것을 상기했다. 정말 순간이었을지라도 이 좋은 순간으로 인해 그래도 힘을 낼 수 있게 되고 힘들어도 결국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닐까. 당연한 말일지 모르지만 당연하다는 것은 그만큼 진정성이 있다는 거니까.

 

 윤재는 결국 '잘은 모르는' 무언가를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타인과 공유한다. 도저히 움직이지 않을 것 같은 깊은 곳에서부터 점점 올라와 결국 모습을 드러낸다. 그런데 웃고 있다. 어차피 0이 지속되다 -(마이너스)가 상당한 이 지루한 삶을 '지루하다'고 느낄 바엔 차라리 아무것도 못 느끼는 편이 좋지 않을까, 라고 생각한 나와는 달리 윤재는 이제 감정들을 느끼며 부딪혀 본다고 한다. 용기를 내고 있다. 윤재의 용기가 나에게도 잘 전달이 되었다.

 

『나는 부딪혀 보기로 했다. 언제나 그랬듯 삶이 내게 오는 만큼. 그리고 내가 느낄 수 있는 딱 그만큼을.』

 

(이 책을 다 읽고 영화로도 나왔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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